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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인순이 예찬

  요즘 왕년의 한국 최고 디바 4명이 결성한 ‘골든걸스’라는 그룹이 화제다. 그중 맏언니 격인 인순이는 67세로 70을 바라보고, 나머지 3명도 환갑이 눈앞이다. 하지만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은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그 중심의 인순이가 특히 눈길을 끈다.         그래서인지 이곳저곳에서 인순이 인터뷰 내용이 많이 나온다. 얼마 전엔 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가수로 성공한 지금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 인터뷰를 본 후 인순이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됐다.     인순이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 미군이었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흑인인 아버지는 복무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인순이는 “10살쯤에 아버지가 미국으로 오라는 연락을 했다. 그런데 안 갔다. 왜냐하면, 미국에 아버지 가족이 있을 거고, 내가 가서 그 가정을 흔들기가 싫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또 홀로 남게 될 어머니 걱정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순이는 “다름으로 인한 모진 시선을 받았던 딸을 매서운 바람에도 꽃이 필 수 있도록 끝까지 잘 지켜준 어머니,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잘 견뎌준 어머니께 무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인순이는 남들보다 오랜 사춘기를 겪었다.  어머니는 어머니 나라가 있고 아버지는 아버지 나라가 있다.  그럼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라는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했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버스를 탔는데 짓궂은 남학생들이 외모를 놀리며 괴롭혔다. 그때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남학생들이 놀리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결심하고 “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고 당당하게 맞서니 그들이 할 말이 없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과거 ‘신정아 게이트’로 한국 예술·문화계가 학력위조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인순이 이름도 도마에 올랐다. 인순이는 서강대학교에서 자신의 히트곡인 ‘거위의 꿈’을 주제로 연 특별강연에서 ‘대한민국에서 혼혈아로 산다는 것, 혼혈가수로 살면서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강연 끝에 “가정 형편상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고 겨우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얼마 전 기자로부터 학력을 묻는 전화가 왔길래 날 비껴갔으면 했던 것이 결국 왔구나 생각했단다. 하지만 솔직하게 다 말하고 웃는 사진 넣어주고, 욕을 먹을지언정 동정받지 않게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잠시 나도 착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며 그동안 잘못 기재된 나의 학력을 고칠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밝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순이는 한국 최고의 가수이다. 그녀에게 학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순이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가수들은 무대를 잃어 설 자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려고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거울 앞에 접착 메모지를 수십장 붙였다. ‘이러다가 잊힌다’ ‘나를 컨트롤 하고 싶다’ ‘나를 이기고 싶다’ 등 3개월 동안 지독하게 운동하고 대회에 나갔다. 등수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막상 무대에 올라가기 20분 전에는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내 인생, 이미 피할 수 없는 일이면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무대에 올라섰다고 한다.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난 아무것도 못 한다. 한발 내딛지 않으면 완주도 없다. 차라리 즐기자고 결심했다. 아버지 피부를 닮아 남이 10번 선텐 할 때 3번 아버지 체형을 닮아 궁둥이가 튀어나와 오리 궁둥이라 놀림당하여 감추려 노력했는데 그게 보디빌딩에서는 힘 안 들이고 애플힙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인순이는 2013년 강원도 홍천군에 다문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를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해밀의 뜻은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순 우리말이다. 여태껏은 자신을 지키고 세우는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 줄 형편이 되었다. 그 아픔을 알기에 상처받고 소외된 아이들이 겪을 아픔을 빨리 털어내도록 그들 옆에 있어 줘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해밀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그녀는 동화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단점인 줄 알았던 자신의 다름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려서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동화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인순이를 30여년 전 가까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노래하는 무대가 아니라 모 대학 대학원 최고위 과정에서다. 그녀는 남편과 같은 과정이었고 졸업 파티를 할 때 나도 가족으로 참석했었다. 첫인상은 수더분하고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가 입지전적 여성임을 알게 됐다. 편모슬하에서 혼혈아로 자라며 정체성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키워 나갔고, 차별과 멸시를 극복하고 가수로 성공한 용기와 노력, 아버지의 부름을 거부하고 어머니를 택한 현명한 결단, 자기의 약점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 남을 의식하지 않는 도전정신, 대안학교를 세우는 등 사회를 위한 공헌 등….       ‘난 꿈이 있었죠’라는 노랫말로 시작되는 ‘거위의 꿈’이라는 그녀의 히트곡은  본인의  삶을 노래로 표현한 듯하다. 인순이는 학식 높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 못지않은 VVIP 라는 생각이 든다. ‘골든걸스’에 이어 인순이의 또 다른 도전을 기대해 본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인순 예찬 한국인 어머니 아버지 나라 아버지 가족

2024-05-09

[삶의 뜨락에서] ‘H 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H 마트에서 울다’를 읽었다. 뉴욕타임스에서 60주 이상 인기 자리를 지켰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천했고 아마존 2021년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 미셸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9개월 되었을 때 미 북서부 오리건주에 있는 유진이라는 소도시로 이사를 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업주부였고 아버지는 차 판매원으로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어머니와 함께 한 해 걸러 한국을 방문하면서 친척과 잦은 교류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미셸은 학교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그녀는 격랑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들의 모녀 관계는 점점 더 얽혀간다. 대학은 가능한 부모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Bryn Mawr, Pennsylvania를 택했다. 전공은 문예창작과 영화였지만 전공을 살린 직장을 얻지 못했다. 대신 조그만 밴드를 결성해 크게 성공할 날만을 기다리면서 여러 가지 파트타임 직장을 뛰던 중 어머니의 췌장암 4기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 나이 25, 어머니는 56세였다.     미셸은 모든 일을 제쳐 놓고 유진에 계신 엄마한테 달려간다. 그로부터 6개월 동안 그녀는 엄마 곁에서 극진하게 간호한다. 엄마는 첫 항암 치료를 받고 심신의 고통과 쇠약을 경험한다. 미셸은 어린 시절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음식을 기억해 내어 한국 식품점에서 재료를 구해 유튜브를 보며 맛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엄마는 구토와 구강 점막의 궤양으로 입맛이 없을뿐더러 먹은 음식까지 다 토한다. 그래도 미셸은 엄마와의 관계를 이어준 연결고리가 한국 음식이었음을 깨닫고 엄마와 어렸을 적에 함께 즐겨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려고 애쓴다.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음식은 인간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주는 원천이자 한 민족을 하나로 엮어주는 응집력이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주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체성을 확인한다.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정을 나눈다. 음식을 통해 향수를 달래고 우애를 다진다.     결국 엄마는 2차 항암 치료까지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하고 만다. 미셸은 절망의 심연에서 허우적댄다. 엄마의 병마는 아주 이미 그녀를 거의 다 삼킨 상태여서 음식 섭취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셸은 엄마에게 반짝이는 생의 환희를 선물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식을 치른다. 그 덕택에 엄마는 그녀의 외동딸인 미셸을 위해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한 줌의 에너지까지 아껴 쓰며 조촐하지만, 성대한 결혼식에 참견하게 된다.     2주 후에 엄마는 조용히 숨을 거둔다. 책을 덮고 상념에 젖는다. 미셸이 겪은 상실은 아주 최악은 아니다. 나는 중환자실에서 그보다 더 불행한 상황을 많이 보아왔다. 더 젊은 나이에 더 어린아이들을 두고 갑자기 떠난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나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래 머문 이유를 생각해 본다. 엄마가 병마와 싸워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계속 지켜보면서 자신의 무력감과 상실감을 한국 음식을 통해 위로하고 구제하려는 절절한 노력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엄마는 한식을 통해 그녀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미셸은 그녀가 받은 사랑을 하나하나 실험해 보이면서 끝까지 엄마의 임종을 지켰다. 한국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도 제법 구체적이어서 독자가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상했다. 비한국인이라면 그 과정에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할 만하다.     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아버지와 관계 회복, 남편 그리고 시집 식구들과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성숙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요즘에는 여러 방면에서 한류가 트랜드다. K pop, K drama, K beauty, 한식 등 우리 한국인의 자질이 자랑스럽다. 아쉬운 점은 2세로서 미국 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아들, 딸들은 과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마트 한국인 어머니 한국 음식 시절 엄마

2023-12-15

[문화산책] 음식의 힘, 전쟁 같은 맛

그레이스 M. 조의 책 ‘전쟁 같은 맛’을 읽는 내내 가슴이 무겁고 아팠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학 박사이며 대학교수의 관점에서 자기 어머니의 파란만장한 삶과 영혼을 성실하게 되살려낸 회고록이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6·25한국전쟁을 겪으며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생존’해낸 인물이다. 말년에는 정신병인 조현병을 앓으며…. 폭력과 트라우마 속에서도 생의 조건과 정신의 고통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저자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조현병의 발병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매번 혹독한 현실과 역사를 마주한다. 그렇게 마주한, 우리 현대사의 아프고 서러운 상처를 ‘혹독한 솔직함’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피할 수만 있다면 그냥 덮어두고 싶은 생생한 상처들을 꾸밈없는 민낯으로 까발려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끼리 나누는 은밀한 성찰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당당하게 말한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칫 감정적 푸념이나 하소연으로 끝나기 쉬운 이런 이야기를 가슴 저미는 설득력으로 승화시키는 힘은 저자의 객관적이고 진지한 학문적 자세와 솔직하고 용기 있는 자기 고백에서 나온다. 저자 그레이스 M. 조는 상선 선원이던 백인 미국인 아버지와 기지촌에서 일하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냉전 시기 외국인 혐오가 극심했던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이 책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2021년 전미 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 ‘타임’지, NPR 2021년 ‘올해의 책’, 2022년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도서상을 수상했다.   나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은 음식의 힘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성찰이었다. “어디서든 음식이란 단순히 먹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먹는다는 것은 (적어도 인간에게 있어) 결코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기조를 이룬다.   뿌리 깊은 차별과 외로움으로 얼룩진 미국생활을 헤쳐 나가면서 엄마와 딸은 한국음식을 요리하고 같이 먹으면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중요한 굽이마다 김치, 생태찌개 같은 한국음식이 등장해 이민 가정의 음식이 연결과 기쁨, 기억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음식을 중심으로 한 이런 근원적 정서는 미셀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같은 작품에서도 실감 나게 드러난다.   식구란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이고, 사회에서는 회식을 통해 관계를 만들고 다진다. 교회에서는 예배를 드린 뒤에 함께 밥을 먹는 식사공동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거룩하게 여긴다. 잔치의 중심은 대개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이다. 음식이란 이렇게 사회적 인간관계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치유와 구원이 되기도 한다.   국제결혼으로 미국에서 살던 한국 여성들의 눈물겨운 증언도 음식의 잠재력을 실감 나게 말해준다. “이들은 은신처에서 함께 김치와 미역국을 먹으며 한국 이야기를 나눴다. (…) 맵고 마늘 맛이 강한, 발효된 한국 음식을 마침내 맛보는 경험은 마치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가 처음으로 물 한 모금을 마시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천천히 다가오던 죽음을 가까스로 피하는 일이었다.”   작가는 말한다. “이 기억의 전면에는 항상 음식이 있었다. 즐거움의 원천으로, 수입의 원천으로, 아니면 좀더 근본적인 생존의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돌아가서 나는 발견했다. 엄마를 망가뜨린 것뿐만 아니라 엄마를 살아 있게 했던 것을.”   그렇게 그리워하며 숨어서 몰래 먹던 한국 음식이 지금은 K-푸드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자랑스럽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음식 전쟁 한국 음식 한국인 어머니 한국 이야기

2023-10-26

[다인종 한인 가정 현주소] 혼혈 입양인 초청 모국방문여행기획

〈글 싣는 순서〉 1. ‘하파’라 불러 주세요 2. 2세 타인종 결혼 증가 3. 한인타운 이끌 차세대   워싱턴주 연방하원의원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와 프로풋볼(NFL) 뉴욕 제츠의 풀타임 오펜시브 어시스턴트 코치 하인스 워드, UC어바인 법학대학원장을 거쳐 현재는 콜로라도 칼리지의 총장인 송 리처드슨 박사와 투와나 ‘티아’ 리고스키(사진)씨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2세들이라는 점이다.     오는 5월 19일을 아시안 혼혈인의 날인 ‘하파 데이(Hapa Day)’로 지정하는 결의안 추진〈본지 4월 18일 자 A-1면〉에 앞장서고 있는 리고스키는 “하파 데이는 지금보다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을 위한 날이다. 다문화 뿌리를 갖고 태어나는 미래의 자녀들은 앞으로 한인사회를 이끌 차세대”라며 “한인사회가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리고스키는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15세 때 아버지가 있는 플로리다로 왔다. 이후 남가주로 이주하면서 한인사회를 만나게 됐고, 지금은 사업을 접고 은퇴한 엔지니어 남편과 함께 하와이에서 산다.   리고스키는 “한인사회 곳곳에서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거나 싱글맘 밑에서 힘들게 성장한 한인 1세대 혼혈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어 혼혈인들의 모임 ‘하파네이션원’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2009년 하파네이션원을 통해 모국에서 버림받은 1세대 시니어 혼혈인들을 데리고 한국을 찾아가는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양인 1명만 참여했지만 2019년에는 10여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회원들의 성화에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에는 20여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일부 참가자는 몸이 아파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지만 한국의 구석구석을 끝까지 다니며 모국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아픔을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일부는 한국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등록하기도 했다.   리고스키는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모국 여행을 위해 많은 하파가 나서서 도움을 줬다. 입양인 출신의 음악인 조이 코씨가 이끄는 케이타운 재즈밴드는 자선음악회를 열고 수익을 모두 기부했다”며 “모두의 후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모국방문 여행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지금 또 다른 계획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사는 하파들을 미국으로 초대하는 ‘아버지 나라로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목적은 역시 ‘힐링’이다.     리고스키는 “한국에서 ‘아버지의 나라를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시니어 하파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들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을 미국에 초대해 소원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혼혈인들, 특히 입양인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의 힐링을 위해 한인사회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의:(213)399-1173 관련기사 [다인종 한인 가정 현주소] LA에만 한인 '하파' 1만명 거주 [다인종 한인 가정 현주소] 혼혈 한인의 날 ‘하파데이’ 추진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다인종 한인 가정 현주소 인터뷰 모국방문 프로그램 모국방문 여행 한국인 어머니

2023-04-19

한인 2세 한국서 자아찾기 화제

 HBO 프로그램 ‘픽서어퍼:웰컴홈’에 출연한 한인 방송인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조안나 게인즈(44)의 한국 탐방기가 화제다.     5일 넥스트샤크에 따르면 게인즈는 지난해 본인이 한인임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고 이번에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로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보여주는가 하면 서울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렸다.     게인즈는 텍사스주의 소도시 웨이코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남편 칩과 함께 리모델링 및 디자인 회사인 ‘매그놀리아(Magnolia)’를 운영하고 HGTV 등에도 출연하며 유명세를 날렸다.   그러나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캔자스주 로즈힐이라는 소도시에서 자라며 학창시절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으로서 상처가 있었다. 쌀밥을 먹는 자신을 친구들은 놀리며 괴롭혔고, 그런 어릴 적 기억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게인즈는 지난해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건 내 이야기의 절반이었고 매우 개인적이었다”며 “하지만 이것을 받아드리지 않는다면 나를 더 숨기거나 아닌 척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게인즈는 가족들과 뉴욕 한인타운을 방문해 한식을 먹고 한인마켓에 들러 장을 보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충만히 살아내고 있었고 그것은 아름다웠다”며 “나를 다르게 만든 것이 실제로는 나의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게인즈는 자신의 다섯 자녀가 외할머니로부터 전해오는 한국 유산과 문화에 대해 배우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한인 한국 한국인 어머니 뉴욕 한인타운 한국 탐방기

2023-04-06

"지금도 한국어 공부하고 있어요"…혼혈 배우 타디 카브리엘

한국계 흑인 혼혈 배우 타티 가브리엘(사진)이 연기를 하게 된 것은 “한국인 어머니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은 최근 넷플릭스의 신작 드라마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에서 ‘김한나’ 역할을 맡았다.   가브리엘은 온라인 매체 모치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인 엄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과 김치를 먹으면서 자랐다”며 “엄마는 내가 연기를 하길 원했다. 그래서 나에게 예술은 삶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고 자랐다. 이후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 스펠만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주에서 정반대의 환경으로 가게 됐다”며 “거기서 처음으로 차별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사람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어머니의 권유대로 배우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작품에도 유색인종이 포함돼야 한다”며 “더 많은 소수계가 캐스팅돼야 한다. 나는 연기를 위해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타티 가브리엘은 할리우드 영화 ‘언차티드’에도 출연했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에서 오프닝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장열 기자한국어 배우 혼혈 배우 한국인 어머니 타티 가브리엘

2023-01-05

[취재일기] H마트에서 울다

소녀같이 앳돼 보이는 한 여성이 무대에 올랐다.     청중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여성이 지난달 24일 맨해튼 지그펠트볼룸에서 개최된 ‘뉴욕한인의 밤’ 행사에서 ‘차세대상’을 수상한 미셸 조너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인디밴드를 이끄는 리드보컬로, 세 장의 앨범을 내놨고, 올해 그래미상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된 라이징 스타다.     이런 그가 지난해 4월 ‘크라잉 인 H마트’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은 현재 31주째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주류사회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쭉, 나는 H마트에서 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를 암으로 떠나보낸 그는 H마트에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글을 썼다.     책에서 그는 “전화해서 우리가 예전에 사 먹었던 김이 어느 브랜드냐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내가 아직도 한국인일까?”라고 묻는다.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이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과정, 세상을 떠난 엄마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디아스포라적 삶이 현기증을 불러 일으킨다”고 평가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대부분의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책에는 떡국, 동치미, 김, 미역국, 만둣국, 삼겹살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이 나열돼 있어 반가웠다.     문득, 하필이면 왜 음식을 통해서 엄마를 추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음식은 단순히 생명 유지를 위한 먹거리만은 아니다.     나만의 취향과 선호를 나타내고, 우리 가족만의 밥상문화로 우리식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어떤 냄새만 맡아도 인상적인 한 순간의 식탁과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게 한다. “밥 한번 먹자”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나라마다 다른 식탁 매너로 예절과 교양까지도 표현한다.     식문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이야말로 문화의 핵심이다.     한국의 음악과 춤, 영화와 드라마, 휴대폰과 자동차가 세계에서 인정받은 가운데, 이제는 한국의 식문화 차례가 아닌가 싶다.     이날 ‘뉴욕한인의 밤’ 행사에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참석해 “한인 커뮤니티가 곧 뉴욕”, 더 나아가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셸 조너가 음식으로 그의 어머니를 기억했듯이, 음식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당당하게 인정받는 현실이 훌쩍 다가왔다. 장은주 / 편집국 차장취재일기 마트 한국인 어머니 식문화 차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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